말러의 교향곡은 듣다보면 정형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변화무쌍하다. 그저 클래식을 취미로 듣는 나에게는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말러의 교향곡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듣는 음악 중에서는 가장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 그런 것일까.
말러 3번 교향곡은 여느 교향곡과 비슷하게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1번, 2번 외에 다른 교향곡과 다른 점은 '담담한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내가 말러의 교향곡을 제대로 들어본 것은 1~6번 정도이지만, 최소한 그 안에서 이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담담한'이라고 표현한 것이 결코 기쁨이 덜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수준 높고 순수하게 행복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사람의 기쁨, 환희란 감정이란 무엇일까. 애인에게 사랑의 말을 속삭일 때의 달콤함,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상쾌함 모두 범주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환희는 지난 날을 회상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반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행복이다. 이는 젊을 시적에는 거의 지을 수 없는 표정이다. 이런 표정은 수많은 경험과 자아성찰을 통해 진심으로 깨닫고 진심으로 지난 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지을 수 없다.
말러 3번 교향곡의 6악장은 따뜻한 화로 앞에 앉아 지난 날을 관조하고 있는듯하다. 지난 날의 희로애락을 담담하게 회상하면서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리하는 듯한,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의 환희는 내가 아는 클래식 음악 중에 가장 수준 높은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 모든 악기가 내는 D, A, F 화음은 70분이 넘는 대장정의 마무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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