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리뷰했던 [모노노케 히메]보다는 상당히 마이너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이 블로그를 처음 개편할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연구니 공부니 핑계 대며 미뤘다(사실.. 귀찮았다). 감상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포스터와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 인물의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쇼타 로리는 기본이고 얀데레에 감금, 강간, 살인, 폭행, 협박, 방화 등의 온갖 범죄가 난무한다. 다른 리뷰에서 흔히 말하듯 멘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내 멘탈은 상당히 소중하기에, 이런 비슷한 스토리의 다른 작품들을 다시는 리뷰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비슷한 플롯을 가진 작품 중에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가족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이 성격 이상의 원인을 가족 사정에서 적극적으로 찾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스쿨 데이즈]나 [미래 일기]에서 등장하는 스토리는 비정상적 인물을 연출할 뿐 그 인물이 왜 그런 사고를 가지게 됐는가를 묘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인 사토는 부모가 없으며, 숙모에 의해 컸다. 물론 숙모도 비정상이다. 시오 또한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상습적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타이요는 점장한테 감금, 강간당한다(아 벌써 내 멘탈...).
사랑이란 무엇일까?
2017년 어느날 군대에서 당직 근무를 서며 정훈장교로부터 받은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4년간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으나 아직도 찾지 못하였다. 인격의 형성에 있어 사랑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말 며칠 날 밤을 새가면서 얘기를 해도 모자라지만, 사랑을 정의하라면 막상 말문이 막히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정의는 애초에 내릴 수 없는 것 아닌가? 억지로 '무의식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 라고 결론을 내보기도 했지만 과연 만족스러운 대답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인격의 형성에 있어 사랑의 역할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람의 신생아는 절대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부모와의 눈빛, 손짓, 억양 등으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먼저 배우게 되며, 말을 배우게 되면서 언어적 의사소통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생존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의사소통 없이 영양만 공급받고 자란 아기는 사춘기 이전에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인간은 가장 먼저 부모로부터 사랑을 학습한다. 물론 부모가 주는 사랑이 완전한 사랑은 아니겠지만,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경험하며 부모가 주지 못했던 불완전한 사랑을 채워나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아이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기에,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비정상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숙모는 사토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지게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물론 숙모 자신도 불행한 삶을 살아왔으며, 그로인해 잘못된 사랑을 학습했고, 그걸 사토에게 전달했을 뿐이다. 숙모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이다. 상대방이 추악한 모습을 보일수록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자신에게 쾌락을 느낀다.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을 유혹하며, 숨겨진 추악한 모습을 이끌어내며 기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사토는 이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무의식은 이미 숙모의 비뚤어진 사랑에 지배당한다.
예전에 섹스 중독에 대한 르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섹스 중독은 오로지 육체적 관계만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의 90% 가량은 어렸을 적 부모에게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이다. 자아가 분명치 않은 어린 시절, 부모가 휘두르는 성폭력을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그 또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그 사고는 변하지 않아 파트너와의 육체적 관계를 부모의 사랑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나는 사이코패스가 후천적인 성향이라고 믿는다. 이는 웹툰 [교수 인형]에서 던진 화두인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작가는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낸다.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없다. 물론 자연 세계에 100%는 존재할 수 없으니 전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절대 다수의 사이코패스는 부모와의 의사소통의 결핍에서 만들어진다. 비단 사이코패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두려워하는 다중인격도 대개는 극심한 학대로 인한 방어기제로 인한 인격의 해리가 일어나서 생기는 결과물이다.
이렇게 두서없이 써놓고 나니 나는 왜이렇게 극단적인 성애물을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사도 그닥 특별할 것이 없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평범하게 연애했고, 현재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비극에 대한 카타르시스인가 싶기도 하고, 극단적인 사랑의 결핍 상황에 대한 안도감(인류 최초의 웃음이 공포에서 벗어난 안도감이라는 설과 같은 맥락)인가 싶기도 하다. 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저 무의식 어디엔가 묻혀 있는 내 기억을 최면으로 더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내 의미 없는 짓이라고 고개를 저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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