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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추억(追憶).. 5/13 로스트아크 특별 생방송

by 그녀의세계 2023. 5. 11.

로스트아크가 나한테 줬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 전까지는 게임은 그저 게임이었을 뿐. 많이 하면 실력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고 돈을 쥐어주면 딜이 오르는. 성장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한 흔하디 흔한 게임이었다. 예쁜 배경, 듣기 좋은 배경음악이 있어도 게임 속 하나의 요소 정도로만 느껴졌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게임은 없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달랐다. 금강선 디렉터가 오늘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게임은 종합 예술입니다.

그래. 게임은 어렸을 적, 엄마에게 혼나가며 몰래몰래 했던 그런 수준의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존재였다. 난 그것을 게임을 처음 할 때부터 느꼈다. 내가 로스트아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2월 쯤이었나. 신년 감사제 이후로 로스트아크에 유입이 많다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했다. 그래서 처음 도착한 곳이 페이튼. 그 때 칼라자마을 배경 음악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파푸니카에 처음 갔을 때 느꼈다. 이 게임은 게임 이상을 바라보고 있구나. 미연시같은 스토리는 뭐... 좀 그랬지만 마지막 축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뮤지컬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과 연출. 이건 단순히 게임의 몰입을 돕게 하는 장치가 아니구나. 우리 삶에 음악을 빼놓을 수 없듯이, 게임 안의 세계에서 자연스레 존재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업데이트됐던 엘가시아.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의 1부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그에 걸맞는 떡밥 회수 투척. 그리고 스토리의 시작을 열었던 장소, 트리시온의 개방을 소향과 함께하는 연출은 그야말로 로스트아크식 연출의 정수였다. 스토리를 보는 데만 6시간 가까이 걸린 대장정이었음에도 그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총력을 투입해 개발했다던 엘가시아 대륙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엘가시아 대륙은 금강선 디렉터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정말 야속하게도 건강 문제로 퇴임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게임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최신 트렌드를 읽어 게임 운영에 반영하는 내가 아는 한 한국 최초의 디렉터였다. 여러번의 행사에서 디렉터가 했던, 유저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들이 100% 진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유저랑 디렉터가 친근한 느낌이 들어도 결국엔 사측 입장과 소비자측 입장이라는 간극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따뜻한 말들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어지는 무언가의 마력이 있었다. 그런 강력한 힘이 느껴진 것은 단순히 행사에서 내뱉은 몇 마디 말 때문이 아니다. 게임에 쏟아붓는 애정, 게임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 같이 하는 유저에 대한 신뢰, 게임이 게임의 그릇을 넘어서길 바라는 야망 그 모든 것들이 일관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게임을 디렉터와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고, 같이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었지.

그리고...

어렸을 때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것. 하지만 나이를 먹고 마음 한켠에 치워두게 되는 것. 낭만. 남들이 유독성 BM에 집중하고, 가벼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집중할 때. 효율 안나오는 1회성 스토리 컨텐츠에 집중하고, 대형 PC MMORPG 개발, 유독성 BM 상품 개발이 아닌 게임 퀄리티에 집중하는 낭만. 어쩌면 내 안에 치워뒀던 낭만의 화신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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