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1번 교향곡을 듣던 도중 문득 떠오른 생각.
2악장은 침착함 속에서도 극적인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 중에서 발군은 오보에의 솔로는 칠흑같은 밤의 구슬픈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표현한다. 하지만 내가 떠올린 것은 2악장의 훌륭한 악상이 아니라, 이 멜로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음계다.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더욱 다양한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반면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때의 실망은 그만큼 커지는 것. 다른 부분은 몰라도 적어도 솔로 파트만큼은 D#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음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느낌을 브람스 1번 교향곡 2악장에서만 받은 것은 아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3악장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악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자와는 확연히 다른, 가볍지 않은 발랄함이었지만, 음악적인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역시 이 악장도 D#가 뭔가 핵심적인 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예전부터 들었다. 이 음을 잘 표현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스타카토에서 느껴지는 톡톡 튀는 발랄함의 정도가 다르다.
물론 나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전공생이 들으면 뭔 헛소리인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야 음악적인 교육은 거의 받지 않고 오로지 내 얄팍한 취미 연주 경력과 감상만으로 하는 생각일 테니. 하지만 저런게 실제로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때마다 나만의 세계를 이루는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나쁜 느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졸업 논문 때문에 매주마다 마감 압박에 시달리는 작가마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이런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창구인 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데이터베이스 공부할 때 자그마한 '공부'를 이뤘다는 것이 전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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