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감정선과 직설적인 표현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기 때문인 것 같다. 좀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한'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나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좋아하고 굉장히 자주 듣지만, 교향곡에서만큼은 뭔가 메인 멜로디에서 어딘가 2%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애매하다. 정제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감정선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이랄까? 대표적으로 6번 교향곡 1악장의 메인 멜로디. 물론 클래식 음악 중에 고뇌와 통한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 멜로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무언가 하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중 가장 뛰어난 곡을 꼽으라면 5번 교향곡을 꼽는다. 이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기승전결, 각 악기의 활용, 메인 멜로디의 완성도까지. 5번 교향곡이야말로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정수가 아닌가 싶다.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클라리넷의 음울한 멜로디. 현악기의 진수를 뽐내는 비올라&첼로와 그 위에서 담담하게 울려퍼지는 호른의 이야기. 적당히 진솔하면서 적당히 정제되어 있다. 특히나 1악장 메인 멜로디의 변주가 마지막에 장조로 변하여 트럼펫이 연주하는 부분은 차이코프스키의 소망이 느껴지는듯 하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아무리 밝아도 어디엔가 애상적인 느낌이 든다. 피아노 협주곡 1번도 그렇고, 바이올린 협주곡도 그렇고. 그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6번 교향곡은 너무나 우울한 느낌도 든다. 특히나 4악장은 단순히 우울감 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의 늪에 빠진 것 같으니 말이다. 마치 4악장의 마지막은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 BWV.1004의 마지막을 보는 것 같다. 좌절과 공허만이 남아 모든 것이 소멸해가는 마무리 말이다.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7급 인공지능 기출 해설 (10~19번) (0) | 2024.05.24 |
---|---|
23년 7급 인공지능 기출 해설 (1~9번) (0) | 2024.05.24 |
잡담 - 로아온 윈터와 플레체 (0) | 2023.05.11 |
추억(追憶).. 5/13 로스트아크 특별 생방송 (0) | 2023.05.11 |
미혹(迷惑) (1) | 202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