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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 『슈퍼 단간론파 어나더 2』 오늘 쓰는 이유는 영감이 떠올라서도 아닌, 깊은 생각을 하고 쓴 것은 아니다. 그냥 어떤 게임을 깊게 과몰입해서 하고 난 다음 해보는 멍청한 망상을 남겨보기 위함이다. ​ 단간론파 어나더 1에서부터 전부 게임을 즐겨봤지만, 모든 인물의 죽음 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치에부쿠로였다. 다른 인물들은 이쁜 구석도, 미운 구석도 있었지만, 치에부쿠로는 아니었다. 물론 치에부쿠로라는 캐릭터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캐릭터는 아니다. 다른 인물들을 아우르는 리더와 같은 모습은 보여줘도 뛰어난 지능으로 추리를 펼치지는 않는다. 현실의 치에부쿠로도 마안의 초능력으로 탐정 일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 두뇌는 그리 뛰어나지 못해서 하시모토에게 뒤를 밟히기도 한다. ​ 하지만 왠지 늘상 '언니', '누나'와 같이 입버릇처럼 .. 2023. 5. 10.
환희(歡喜) - 『Mahler Symphony No.3 mov.6』 말러의 교향곡은 듣다보면 정형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변화무쌍하다. 그저 클래식을 취미로 듣는 나에게는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말러의 교향곡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듣는 음악 중에서는 가장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 그런 것일까. ​ 말러 3번 교향곡은 여느 교향곡과 비슷하게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1번, 2번 외에 다른 교향곡과 다른 점은 '담담한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내가 말러의 교향곡을 제대로 들어본 것은 1~6번 정도이지만, 최소한 그 안에서 이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담담한'이라고 표현한 것이 결코 기쁨이 덜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수준 높고 순수하게 행복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 사람의 기.. 2023. 5. 10.
효시(嚆矢) - 『쓰르라미 울 적에』 [쓰르라미 울 적에]는 문제편, 해결편 각각 4편씩 총 8편의 시나리오로 이루어져있다. 전부 다 감상한 것은 아니고, 아직 2편 와타나가시, 3편 타타리고로시까지 본 상태다. 비록 전체의 이야기를 다 감상한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꽤 풀어낼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우선 글을 써본다. 추후 더 쓸만한 내용이 있으면 추가할 예정. ​ 보통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를 받고 치유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가끔 나는 인생이란, 한 폭의 도화지에 자기 맘대로 그려나가는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자기 마음대로 그린다고 해서 정말 온전히, 완전한 랜덤으로 그려진다는 뜻은 아니다. 완전한 자유가 허상인 것과 같은 맥락으로 우리가 도화지에 붓질을 할때 꼭 누군가한테는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아무리 자.. 2023. 5. 10.
좌절(挫折) - 『Tchaikovsky Symphony No.6』 시작부터 이토록 우울한 음악이 있을까. 베이스의 E, C 화음 위에 얹혀지는 바순의 긴 솔로는 어두컴컴한 방 한가운데 앉아서 고뇌하는 차이코프스키가 연상된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같다. 그 뒤로는 슬프지만 아직은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시작한다. 이 악장의 백미는 현악기의 주도로 시작하는 메인 멜로디다. 이 메인 멜로디는 애수, 슬픔, 고뇌, 후회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이지만 아름다운 감정을 함축시킨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2번째 등장하는 메인 테마를 가장 좋아하는데, 베이스와 금관 악기, 그리고 팀파니의 반주가 훨씬 더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하지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듯한 극적인 감정 변화를.. 2023. 5. 10.
암연(暗然) - 『해피 슈가 라이프』 앞서 리뷰했던 [모노노케 히메]보다는 상당히 마이너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이 블로그를 처음 개편할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연구니 공부니 핑계 대며 미뤘다(사실.. 귀찮았다). 감상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포스터와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 인물의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쇼타 로리는 기본이고 얀데레에 감금, 강간, 살인, 폭행, 협박, 방화 등의 온갖 범죄가 난무한다. 다른 리뷰에서 흔히 말하듯 멘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 내 멘탈은 상당히 소중하기에, 이런 비슷한 스토리의 다른 작품들을 다시는 리뷰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비슷한 플롯을 가진 작품 중에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2023. 5. 10.
윤회(輪廻) - 『모노노케 히메』 개인적으로 지브리 애니, 특히 옛날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문 깊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만도 않고 어느 정도 동화같은 느낌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브리 작품 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연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지브리 작품을 추천할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하지 않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일 먼저 추천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꼽을 작품이 바로 [모노노케 히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함에도 [모노노케 히메]를 가장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맨 먼저 하게 되는 생각은 무엇일까.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 202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