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해본 미연시.
요즘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생각이 안났는데, 스토브 인디에서 광고하길래, 그림체가 독특해서 한번 깔아서 해봤다.
주연은 한 명문대학의 대학생들. 정이한과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닌 '하나'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연애 스토리다.
그런데.. 중간중간 이능력 배틀물로 장르가 바뀌거나 게임 오버라고 하는듯 갑자기 게임이 끝나버린다. secret+ 버전 기준으로 총 8개의 루트가 있는데,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다 볼륨이 있어서 다 각자의 재미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하나같이 뭔가 똥싸다 끊긴 것 같은 찝찝한 결말이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감정에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끝내버려서 벙찌게 된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 생각엔 8개의 루트는 너무 많다. 한 인물 당 한 두개의 루트를 좀더 감정선을 깊게 다루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름 성우진은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하던데. 다른 게임에서도 봐왔던 익숙한 이름도 있었고. 그런데 '하나'를 연기한 이새아 성우가 인상깊었다. 요즘 성우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서 유명한 성우면 이름 한두번은 다 들어봤을 법 한데, 생소한 이름이면서도 연기력이 괜찮았다. 특히 말 중에 약간의 콧소리가 섞인 억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쉽게도 윤정인을 연기한 신온유 성우는 그닥 인상깊은 장면이 없었다(연기의 문제라기보다 캐릭터의 비중이 낮아서 부각이 안됐다).
전체적으론 매우 아쉬운 스토리텔링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 활기를 보는 것 같아서 옛날 생각을 떠올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시은 19 루트에서 보여준 일러는 취향 저격이다(살면서 취향 저격이란 말을 처음 써봤다).

개인적으로 테일즈샵이나 온파이어 게임즈 말고도 성공적인 미연시 게임을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2월에 테일즈샵에서 웹툰 원작 기반 신작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것도 사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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