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 파피 플레이타임 챕터 5가 출시되었습니다.

챕터 2를 하고 감상을 남겼었는데, 3~4챕터에 대한 후기는 따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할 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시기 상 맞아 떨어지지 않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챕터 5에 대한 얘기를 할 겸 같이 해보려고 합니다.
파피 플레이타임은 챕터 1에서 얻었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해 그 이후 시리즈는 한국에선 대체로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챕터 1은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만, 챕터 2부터 흥미를 느꼈습니다. 왜냐 하면 마미 롱레그에 대한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죠. 처음엔 다른 고아들을 평범하게 돌보는 인정 많은 장난감이었으나,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점차 미쳐 가는 과정에 대한 빌드업이 잘 됐죠. 그리고 사지가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신체의 기괴함이나 상냥함과 분노라는 극단적 감정 기복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잘 됐어요.
이것은 챕터 2~4에 대한 기본적인 메인 캐릭터들의 인물 묘사 방식입니다. 챕터 2에선 마미 롱레그가 그랬고, 챕터 3에선 미스 딜라이트가 그랬고, 챕터 4에선 도이가 그랬습니다. 이러한 캐릭터와 감정 묘사에 대한 빌드업은 일단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주는, 즉 저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짐과 동시에 그 캐릭터가 겪었던 끔찍한 일들도 보여줌으로써 동시에 연민 또한 느끼게 합니다. 즉,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몰입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챕터 2~4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퍼즐이야 풀면 되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충분했으니까요.
여기에서 챕터 5에 대한 얘기가 시작됩니다. 챕터 5는 한국에선 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릴리가 뜬금없다, 프로토타입이 안 무섭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오지만, 제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약간 다릅니다.

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뜬금없다, 갑자기 지가 멋대로 다과회를 열고 지 혼자 빡쳤다 뭐 이런 느낌은 당연히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릴리에게 이전 챕터 보스들만큼의 서사가 없는 거였나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릴리는 원래 장난감들을 세뇌시키던 그레이스 선생이었고, 프로토타입에게 붙잡혀 인형으로 개조당해 갇혀버린 것이죠. 그 과정에서 프로토타입에게 버려져 딜라이트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미쳐가는데, 여기에 대한 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레이스 선생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릴리에 대한 연민을 도저히 가질 수 없기도 하고요.
이전에는 보스들이 타락한 것에 대해 공포와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면, 릴리에겐 공포도 아니고(추격신 별로 긴장감 없었습니다) 연민도 아니니 아무런 재미를 못 느낀 것이죠. 만약에 챕터 6이나 7에서 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챕터 5는 최종장의 서곡같은 느낌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용두사미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연 단위로 나오는 게임 치고는 챕터 5의 완성도가 너무 낮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미스 딜라이트가 왜 무서웠나요? 자매 간 죽고 죽이는 싸움으로 끔찍하게 돼버린 얼굴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연필)로 만든 모닝스타를 휘두르고, 이 외형은 고립된 공간에서 죽고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연민으로 서사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릴리가 이런 서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챕터 6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전 챕터에서만큼의 서사가 완성되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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