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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인 솔즈』

by 그녀의세계 2025. 2. 21.

 

Redcandle 의 게임. 하나같이 퀄리티 좋다

 

Red Candle의 최신작. 나인 솔즈 후기입니다. 이전까지는 스토리 위주의 공포 게임을 만들다가 갑자기 매트로베니아 게임을 출시한다길래 괜찮을까 했는데 굉장히 준수한 퀄리티로 출시가 되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물론 스토리 모드로 플레이했고, 진 엔딩은 글로만 읽었습니다. 진 엔딩 조건이 생각보다 너무 빡세더라고요.. 비주얼 노벨마냥 스냅샷 찍어서 저장하는 방식이 안되는데 어떻게 저 까다로운 진 엔딩 조건을 알아냈나 신기하기만 합니다. 

 

난이도에 대해서 어렵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사실 어렵다는 평이 다수였던 것 치고는 보스를 클리어하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부접과 역공 정도가 어려웠죠. 부접은 1시간 정도 붙잡고 있었던 것 같고 역공은 40분? 나중에 보니 제가 게임하는 내내 부적을 거의 사용 안했더라고요. 연구 센터 들어가면서부터 변이체 잡으려면 부적 사용해야 하니까 그제서야 사용해봤는데, 생각보다 딜이 잘 들어가서 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었죠.. 사실상 보스전에서 부적을 쓴건 역공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할로우 나이트와 비교해서 왜 어렵다는 평이 많고, 체감으론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나인 솔즈는 할로우 나이트에 비해 전투 시스템이 다양하죠. 패링의 존재부터가 난이도 상승의 예고인데요, 처음엔 단순히 타이밍만 맞춰서 즉발로 누르면 되지만 나중에는 무한반격이라 해서 패링에도 차징을 해야 하죠. 그리고 보스 패턴들은 그 차징을 기다려줄 정도로 여유를 주지 않기에 어려울 수밖에요. 반면 할로우 나이트는 전투 시스템 자체는 단순합니다. 잘 피하고 잘 때리면 되죠. 물론 부적에 따라 좀 다양한 전투는 가능하겠지만요.

강시의 공격에 패링에 성공함. -출처 : GCL 유튜브

하지만 그럼에도 나인 솔즈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요. 불완전 패링을 하거나, 설령 패링에 실패해서 패턴을 맞아도 hp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맞아도 되며, 불완전 패링의 경우 hp가 어느 정도는 회복되기 때문에 모든 패턴에 대해 철저히 익숙해져야만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은 아니게 됩니다.

 

또 하나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전작들의 스토리텔링이 훌륭했던 것 만큼 이번 게임도 스토리텔링이 훌륭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들입니다. 예를 들어 풍씨 남매, 여와와 복희는 모두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의 시조격인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뱀의 하반신을 한 것이나 무기로 사용하는 악기들도 다 본인들이 발명했다고 전해지는 것들입니다. 참 이런거 보면 고대 신화를 현대적으로 정말 훌륭하게 각색했다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복희여와도

작중 묘사를 보면 예와 항아의 관계와 비슷하게 여와와 복희도 상당히 친밀한 남매인데요, 예와 항아가 어렸을 적에 상당히 친밀했고 커가면서 서로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 거리가 생기는 양상이라면 여와와 복희는 성인이 되어서 오히려 더 가까워집니다. 그 정점을 바로 '복희에 대한 연심'으로 찍어버리죠. 세상에나 근친이라니... 그런데 이게 오히려 신화의 설정을 잘 섞은 겁니다. 실제로는 누이동생이란 설도 있다고 하더군요.

나인 솔즈에서 각색한 복희&여와

여기에 하나하나 다는 못 적겠지만 나인 솔즈의 스토리가 상당히 훌륭했다고 느끼는 점은 이처럼 9명이나 되는 인물들이 전부 캐릭터에 개성이 살아있고, 게임의 전체 스토리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갔던 캐릭터는 부접이었는데, 막상 게임 끝나고 나니 부접 얘기는 할 타이밍이 안 나올 정도로 다른 캐릭터들도 충분히 임팩트가 컸습니다.

부접 사진은 사심 담아 2장
죽이는게 너무 아까웠네요. 과복처럼 안 죽이고 싶었는데...

 

요새 시험 공부가 끝나면 신화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이 게임이 그런 생각을 부추기네요. 따지고 보면 크툴루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만큼이나 중국 고대 신화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데.. 

 

아무튼 정말 재밌는 매트로베니아 게임이었습니다. Red candle 앞으로의 신작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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