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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10.09 일기

by 그녀의세계 2024. 10. 9.

이제 시험이 3일 남았습니다. 작년 이맘 때쯤이 떠오릅니다. 작년 초겨울에 접어들 무렵, 하루하루 불안감을 누르며 불편한 집을 떠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집에서도 눈치가 보였고, 불안함에 스스로를 옥죄었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자 했죠.

 

올해도 4분기가 시작되고 슬슬 마무리하는 시간이 됐죠.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그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살면서 어떻게 살면 하루를 좀더 자신을 위해 알차게 살 수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도 머리로 답을 알고는 있었죠. 하지만 하루이틀이 아니라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은 느낌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아직 시험을 친 것은 아니라 올해의 결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1년을 더 노량진에서 썩을 자신은 도저히 없거든요...ㅎ 나이도 나이고요. 

 

어느덧 10월입니다. 제가 대방동으로 이사온 지도 어느새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물생활을 시작한지도 반 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31살로서 보낸 2024년은 과정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비록 5급은 떨어져서 조금 아쉽게 됐지만, 7급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쨌거나 뭔가를 배우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시험 끝난 후에는 임용되기 전가지 뭘 하면서 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저에게 행복한 일입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방법으로 행복하게 해줄까 고민하는 일이니까요. 조금 더 일찍 이것을 깨달았으면 좋았을텐데요.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진정으로 스스로를 위한 길을 스스로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대 때는 생각만 했을 뿐 그것이 실천으로 옮겨지진 않았죠. 

 

인간의 자존감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합니다. 이는 곧 성숙한 자기 방어기제와도 연결되죠. 저의 방어기제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성숙한 방어기제란, 금시조처럼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서야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가다보면 언젠가 웬만한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하나의 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