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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산나비』후기

by 그녀의세계 2023. 12. 6.


이 게임 하면서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2023년 국산 게임 중 단연 원탑.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를 안해보고 감히 국산 게임 GOTY를 말할 수 있냐라고 하면 좀 그렇긴 합니다만, 제가 해본 게임 중에서는 거의 역대급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한 칭찬은 정말 여러 가지 관점에서 할 수 있습니다만, 전 한때 건축학도였던 경험에 입각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4챕터에서 드디어 마고시티의 최상층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조선의 건축 양식을 퓨전한 그런 건물이 나오죠(전 전통 건축 전공생이 아니고 학부에선 강의 하나 정도 듣고 평소에 약간 관심이 있는 정도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고그룹의 최상위 계층만이 살 수 있는 곳이죠. 그래서 5챕터에서 나오지만 이 곳 주민들은 전부 복식부터가 양반계층입니다. 그리고 건물도 아주 멋드러진 팔작지붕에 기둥에까지 단청을 장식했는데요. 재밌는건 중앙에 앙부일구가 장식이 되어있는데, 마치 빅밴처럼 큰 건축물 중앙에 시계를 박아넣은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잡상도 3개가 올려져 있어 보통 홀수개를 장식한다는 관례를 지키고 공포도 다포 양식을 채용한 것 같습니다. 이것 말고도 중층 구조를 극복하고 다층 구조로 설계된 중앙 건물도 눈에 들어오긴 하는데... 뭔가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네요.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전 전공생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전통 건축 양식을 사이버펑크 느낌으로 퓨전했고 그걸 통해서 무슨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이런 깊이 있는 분석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나라 게임에서도 전통 건축 양식을 많이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이런 식의 게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정도네요. 

 

아무튼.. 게임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도트 그래픽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연출, 뛰어난 BGM, 훌륭한 스토리 텔링.. 산나비와 준장의 정체에 대해 떡밥을 조금씩 뿌리다가 마지막에 한 번에 쐐기를 박는 연출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그래도 소름돋는 장면

 

게임 하면서 진짜 많이 울었습니다. 거의 클라나드를 플레이 했을 때만큼요. 준장과 마리가 너무 안됐는데.. 이게 뭐라고 표현이 잘 안되더라고요.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는데 알고보니 자기는 10년 전에 이미 죽었고 인격만이 로봇에 탑재된 상태라고 하면.. 심지어 되살린 사람이 자기 딸.. 

 

오모리를 했을 때만큼 제 필력이 부족해서 이런 감동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풀어내려고 하면 감상을 망치게 되는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감동 오모리 이후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