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원판이고 전 스토브 한글 번역판을 했습니다. 당연히 15세 검열판이고요. 오프닝 화면을 봤을 땐 게임 퀄리티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아오이의 얀데레같은 눈이 끌려서 사서 해봤죠.
그런데 생각 외로 게임이 꽤 괜찮았습니다. 여태까지 미연시 하면서 항상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봤지 공략 당하는(?) 히로인 입장에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프로그래밍된 대로 기계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연애하고 섹스를 하던 아오이가 진짜로 사랑을 하게된다니.. 제가 모르는 다른 미연시 중에 이런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꽤나 신선했습니다.
아오이와 이뤄지기까지는 꽤나 험난 과정을 거쳐야만 했는데, 미유키의 방망이를 넘어서야만 했죠.
미유키에게 감금당해 반 환각 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급히 미연시의 '신님'에게 SOS를 쳐보지만 숨어있던 화장실의 문을 부수고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미유키. 이 장면이 이 게임의 얀데레물로서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미유키에게서 탈출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된 공략을 찾기가 어려워 좀 헤맸습니다. 원판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무한루프 2회차에서 180일만 지났다고 바로 진엔딩 분기점이 뜨지는 않더라고요.
무한루프 이벤트 중에서 서점 이벤트가 있는데, 서점 이벤트에서 요리책을 계속 사면 살 때마다 새로운 대사가 나오는 것에 힌트를 얻어 계속 시도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책을 또 사냐며 몇 마디 하던 미유키가 8번째엔 포기하며 더이상 새로운 대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후에 저녁 메뉴를 고르며 직접 요리를 하겠다고 하면 주인공에게 먹였던 약을 미유키에게 먹일 수 있게 되며 진엔딩 분기로 들어서게 되죠.
게임 내내 무표정 감정 없는 눈을 하고 있던 아오이가 처음으로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엔딩을 보고 나면 오프닝 화면이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제목과 전체적인 톤이 바뀌었죠.
다만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어쩌면 주인공이 조금만이라도 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면 아오이에게 사랑을 느끼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렇게까지 심하게 자기 비하를 하는 주인공이 조금 싫어지더라고요. 저렇게 괜찮은 여자가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는데 그와 대비되는 비참한 자기 모습이 싫어서 거부한다니.. 물론 재벌 3세와 평범한 서민 정도의 급 차이면 그럴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 정도의 차이라고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나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여운이 아주 많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게임 못 끄게 만드는 정도의 재미는 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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