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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흉터 - 『의붓누나와 7일간 생활』

by 그녀의세계 2023. 10. 11.

제목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만.. 눈동자에 있는 만화입니다. 사실 이 만화의 퀄리티는 눈동자에 있는 만화 치고는 좀 괜찮다 정도의 수준입니다만.. 제가 좀 느끼는 바가 있어서 끄적거려봅니다.

관상으로 보면 조용하지만 무언가를 속에 지니고 살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누나네요. 

 

아니나다를까.. 의붓동생을 부모님이 여행간 첫날 밤에 술김에 덮치고 맙니다. 위 장면은 제가 이 만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묘사 중 하나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장면이죠. 보통 강간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대상에게 사과를 먼저 할텐데, 자수하겠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남주가 키스를 해달라는 반응도 살짝 이상하죠. 그 전날엔 합체해놓고 키스를 해달라니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카네.. 

 

이런 표정을 지으면 누가 안넘어가..

뒤에서 밝혀지지만 아카네에겐 어두운 과거가 있었습니다. 이혼하고 실의에 빠져 돈을 벌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원조교제에 처음 발을 디뎠던 것이죠. 처음엔 돈을 위해 했지만 나중에는 돈을 위한 것인지 쾌락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안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학교에 그 사실이 알려져 아버지에게도 연락이 가서 손을 떼게 되었지만 이런 과거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에게도 들키지 않고 싶었던 기억일 겁니다.

 

처음부터 아카네가 싫지 않았던 하루는 겉껍데기뿐인 표정을 보여주는 아카네의 진심을 알고자 과거의 일을 묻습니다. 물론 맨입으로 입을 열게 할 수는 없죠. 하루는 자신의 과거도 같이 얘기하며 진심을 전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좋았던 부분

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과거의 일을 고백하고 자기를 떠나달라는 아카네.. 뭐 여태까지 그래왔습니다만 전형적인 흐름입니다. 하루는 아카네를 설득하고 아카네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좀더 그 나이대 다운 행동을 하게 되죠. 

 

전 아카네라는 캐릭터에 몰입을 했던 이유는 육덕진 몸매와 묘하게 예쁘지만 묘하게 평범한 얼굴도 있지만, 과거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돈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양친 중 한 쪽 없이 자랐던 가정 환경 덕에 제 마음 속 빈 곳을 누군가 채워주길 끊임없이 바라왔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땐 제 취향을 깨닫지 못했기에 육체적인 쾌락을 찾아서 연애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애인이 없는 때가 거의 없었죠.

 

그래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호감이 가면 다 접근했고 결국 대학 생활 4년 반동안 한 동아리에서만 4번의 연애를 하는 미친짓을 하게 되죠. 중독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기에 건강한 연애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 살면서 항상 건강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그리고 아카네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도 만나본 적도 있고요. 그래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의 과거는 현재의 100%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사람의 과거는 현재를 만든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심연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심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릅니다. 오로지 심연을 경험해보고 극복해본 사람만이 평생 그 심연을 경계하며 살 수 있죠. 

 

그렇게 어두운 과거를 경험한 아카네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하루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 순간 좋다고 앞으로 순탄한 사랑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더 큰 인생의 유혹을 맞닥뜨렸을 때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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