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가족(家族) - 『CLANNAD』

by 그녀의세계 2023. 11. 22.

 

이 게임을 언젠간 해야지 하고 묵혀놨다가 드디어 해봤습니다. 이 게임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이건 아직 트루 엔딩을 본 상태는 아닙니다.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빛의 구슬을 13개 모아야 하는데 아직 1개가 부족해서 트루 엔딩을 못 봤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구슬을 못 얻었는지 도저히 못 찾겠어서 노트북에서 새 환경에서 아예 새로 깔아서 봤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영감을 남겨준 게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간단하게나마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신파도 극에 달하면 예술이 된다는 감성적인 감상평은 뒤로 하고서라도 말이죠. 솔직히 일본 만화나 게임은 싸구려 감동을 주기 위한 억지를 많이 부리는데, 클라나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가족을 이루고 맞이하는 고난들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죠.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열할 수밖에 없는 부분

 

부상으로 인해 좇던 꿈을 잃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해 살아가던 토모야에게 나기사의 죽음은 삶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딸은 무사히 태어났지만 이제 막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인 토모야로서는 연인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테죠. 

 

토모야는 나기사의 죽음 이후 5년 동안 딸의 존재를 외면하고 살아갑니다. 당연하죠. 딸을 보면 죽은 나기사가 떠오를 테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딸 우시오는 유일하게 나기사가 남긴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걸 깨달은 토모야는 시댁에 방치시키다시피 했던 우시오를 5년만에 자기 집에 데려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와 같을 겁니다. 꿈을 잃어버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망가진 토모야에게 나기사의 가족이 가족 역할을 대신 해줬고, 나기사라는 짝이 사라졌을 때 우시오라는 딸이 그 자리를 채워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죠.

 

... 『Unreal Life』에서도 언급한 주제이기도 합니다만 한 개체를 키워내는 일은 백년지대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죠. 아마 작품에서 빛의 구슬 13개를 모으는 것이 상징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의 트루 엔딩을 봐서 나기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토모야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정수를 모아야 합니다. 아마 게임에서는 평행 세계의 토모야가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모았다 정도로 해석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토모야가 빛의 염원을 모아 나기사를 살리는 연출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이란 이렇게 어려운 일인 겁니다. 창 밖엔 토모야의 절친인 스노하라 남매, 시아버지 아키오, 토모야의 아버지인 나오유키, 친구 쿄 등의 정수가 흩날리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생명을 온전히 독립된 개체로 키워내는 일을 수행하는 부모의 존재가 위대한 겁니다. 

사실.. 전 불효자라 이렇게 글로 써도 막상 부모의 위대함을 피부로는 잘 못느낍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경험도, 아니 누군가의 파트너로서 함께 인생을 걸어간다는 경험조차 못해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연애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부 20대 초중반이고 저도 어렸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연애를 하는 방법을 배웠다 정도의 의미 정도일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