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주(宇宙) - 『멋진 나날들』

그녀의세계 2025. 2. 3. 00:28

 

 

멋진 나날들 한글패치 버전.

2010년에 출시한 미연시입니다. 플레이를 전부 다 했을 때는 절대로 미연시같지 않은 느낌이긴 하지만요. 처음에는 흔한 백합물인가? 싶지만 그렇다기엔 초반의 고어한 묘사 경고문이 의미가 없는데.. 역시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왜 이 게임이 호불호가 심한지 알게 되죠.

 

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 이미 죽으면 그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의식은 그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수없이 많이 일어나는 화학 작용의 결과일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있어 죽음이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죽음 이후엔 모든 감각과 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에 저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삶을 아무렇게나 막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욱 자기의 행복을 좇아 살아야 하는 것이죠.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그 각자 다른 기준을 찾아가면서, 때로는 세상과 타협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키미카편에서 단적으로 나오죠. 제 생각엔 이 게임 흐름의 분기점이 됐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작은 소우주가 태어났을 때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를 구축하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 그 전쟁을 헤쳐나가지 않으면 행복 따위는 없다는 것이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 우주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게임에서 하우징 시스템과 같이 자기만의 집을 차려서 무엇을 꾸밀지 스스로 찾는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해야 스스로 안심이 되고 행복을 느끼는지 찾아 나가는 것이죠. 그렇기에 타쿠지, 토모사네, 유키의 우주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이지만 자기가 이상형이라 생각했던 대상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돼 형상화된 인격이니까요.

 

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새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창하는 세력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을 뿐 파시즘이 점차 고개를 들려고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최신의 뉴스는 아닙니다. 무차별적인 혐오가 현실에서 도태되고 고립된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아낼 계기가 되어주고 있고, 그 희생양은 엉뚱하게도 이성(異性), 중국 등 혐오해서 별로 이득이 될 것 없는 대상들입니다. 혐오하는 자들이야 나름의 논리적 이유가 있겠지만, 나치가 유대인을 혐오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를 표방할 때도 우생학이라는 그 때 당시엔 나름 과학적 토대가 있었습니다. 

 

이런 선동과 혐오, 갈라치기가 누구보다 잘 통하는 대상은 법적으론 성인이지만 혈기에 휩쓸리기 쉬운 20~30대 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나쁘게 말하면 써먹고 버리기에 만만하고 어린 대상이란 뜻입니다. 당연히 성별이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남자들이 멍청해서 파시즘에 쉽게 물들고 여자들이 똑똑해서 물들지 않는다는게 아니란거죠. 모든 일을 겪고 난 이후 토모사네가 키무라와 얘기합니다. 폐쇄감이 사람들을 광기로 이끌었다고.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진정한 자본주의의 가치를 잃어버린지 오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9조 제 2항은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가장 활력이 넘쳐야할 젊은 세대들이 고착화된 자본주의 계급에 좌절하니 그 울분과 분노를 정치인과 언론의 프로파간다에 홀라당 넘어가서 되도 않는 이성을 혐오하고 중국도 혐오하고 그럽니다. 윗대가리들 입장에선 얼마나 편할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새벽의 여명은 가장 짙은 어둠 뒤에 찾아오고, 의지를 상실한 인간은 시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반복됩니다. 분열이 있으면 통합도 있고, 영원한 권력이란 없는 법이죠. 토모사네는 자기가 육신의 주인인데도 자신은 타쿠지를 위한 제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주권은 자기한테 있다는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이죠.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후 자신의 이상과 현실 간 괴리에서 탄생한 가상의 인격을 떠나보냅니다.

 

스쿠지의 마지막 한마디도 인상깊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인격, 내면의 광기가 형성된 인격, 인격들을 조화하기 위한 인격.. 그 인격들의 본체인 플레이어에게 한 마디 하죠.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