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 『러브 딜리버리 2』
꽤 인기를 끌었던 국산 미연시 『러브 딜리버리』 이후 후속작 『러브 딜리버리 2』가 나왔습니다. 발매한 지는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지만 뒤늦게나마 플레이를 해보고 후기를 남겨봅니다. 사실 구매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이슈가 있어서 게임도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분명히 텀블벅에서 사전 후원하고 게임키를 받았는데 쿠폰 등록이 안돼서 게임 실행이 안됐습니다. 어찌저찌 해결은 됐지만 스토브 인디 쪽이랑 텀블벅 쪽에 여기저기 문의넣고.. 아무튼 게임을 실행하기까지 꽤나 힘들었습니다. 게임 외적으로 터진 문제는 전혀 신경 안썼지만요.
사실 오프닝 화면은 오히려 1때보다 별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프닝 화면을 봤을 때 뭔가 게임이 기다려지고 두근거리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UI나 색감도 전 편에 비해 발전됐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스토리는 버튜버 산업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분위기를 잘 접목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토리텔링도 특히 19금 묘사도 전작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온파이어 제작진이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수위를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 무슨 뜻인지 확 와닿았습니다. 사실 전작 19금씬은 중심 스토리에 살짝 얹히는 느낌이었다면 2편은 망망이의 성공에 방점을 찍는 듯한 꽤나 강한 느낌을 줬습니다. 이런 부분에선 일본 미연시 게임보다 훨씬 세련되고 자극적인 느낌이라 좋았습니다(사실 일본 미연시 19금씬은 대부분 너무 노골적이어서 그렇게 야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진 않습니다).
게임에 대한 평은 이 정도로 하고, 더 많이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방송을 대하는 시청자의 느낌이랄까요. 특히 여캠에 대한 온갖 심연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스트리밍은 채팅창으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후원 액수에 따라 스트리머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 비해 훨씬 '자본주의적'인 산업이죠. 물론 시장의 크기는 공중파에 비교할 것은 아닙니다만 좀더 노골적이라고 해야할까요.
전 여캠 채널을 운영하는 스트리머와 애청자 사이의 관계는 일종의 종교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스트리머가 예수라면 애청자들은 신도죠.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사실 현실적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자신이 믿는 절대자가 건넨 따스한 말에 신도는 현실을 살아갈 희망을 얻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종교(宗敎)야말로 인류가 힘도 약하고 인구수도 적던 신생대 시절 다른 종을 압도하고 생태계의 정점에 올라갈 수 있게된 가장 큰 힘입니다.
하지만 종교를 믿는 것은 좋으나 심취하면 문제가 되듯, 여캠에 심취하면 문제가 됩니다. 정확히는 스트리머가 전파하는 '박애(博愛)'가 실제와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그 순간부터요. 스트리머를 예수에 비유했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한 사람과 전혀 다를 것이 없기에 연애도 해야하고 결혼도 생각하는 자연인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이걸 알지만 굳이 그걸 떠올리진 않을 겁니다. 전 한 때 이 경계를 무너뜨리고 구분 못하는 사람들을 경멸했습니다. 눈앞의 사랑에 급급해 저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조차 구분 못하는 애정 결핍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러브 딜리버리 2』는 스트리밍 플랫폼 상에 비쳐지는 스트리머의 모습보다는 우리 주변의 현실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아이돌 연습생이 소속사 몰래 방송을 하다가 여기서 영감을 받고 버튜버로 크게 성공한다는 이야기죠. 전 이 스토리를 감상하면서 오히려 스트리머의 연애 소식에 분개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을 오히려 알게 됐습니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스트리머와 매니저 입장에서 서술했는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하게도요.
전 여캠을 본 적도 없고 이런 풀장 방송은 더더욱 본 적이 없는데도 만약 방송 끝나고 매니저랑 놀겠다 싶으니까 썩 유쾌하진 않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도 스트리머가 연애를 하던말던 방송을 보고 매력적인 모습을 통해 위안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좋아하는' 여자란 제 심연을 보여줄 수 있고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에 사귀는 사람 이외의 이성을 이성적인 호감 없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껴본 일이 없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누군가를 덕질해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연예인들도 모르면 간첩 소리듣는 사람 아니면 잘 모릅니다.
사실 이 게임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산나비 관련 포스트를 작성한 후 몇몇 게임을 했지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거든요. 아마 이러나 저러나 스토리에 흡입력이 있었나 봅니다. 이 스토리를 실제 버튜버의 이야기를 가져다 썼고 이게 문제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건 좀 어처구니가 없긴 한데.. 그래도 스토리가 잘 바뀌고 엘라 루트도 기대해봅니다.